감상/미디어

선거방송 리뷰 – 볼 거리 또는 들을 거리: 3사 + 종편 리뷰

SGSN 2022. 8. 12. 18:00

미디어 덕후로서, 로스쿨 1학년 중간고사 철이었던 2016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항상 여러 방송사의 선거방송을 함께 틀어놓고 여러 분석을 해 보는 편이다.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에서는 KBS의 ‘내 삶을 바꾸는 선택 – 2020 총선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이 낮 5시 45분부터 새벽 2시까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MBC의 ‘선택 2020’과 SBS의 ‘2020 국민의 선택’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 선거방송의 역사 – 2010년대부터 본격화된 경쟁의 구도


사실 짧은 민주화 역사만큼이나 선거방송에 경쟁이 더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언론통폐합 이전부터 개표방송은 KBS와 MBC가 동시방송하는 것이 관례였고, 이는 6월 민주항쟁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러다 1988년 KBS와 MBC가 각자 선거방송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외국의 선거방송을 참조해서 그래픽과 예능적인 요소들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조악하기 일쑤였다.


선거방송이 차별화를 드러낼 수 있는 구석은 ‘출구조사’와 ‘당선예측’ 정도로 들 수 있다.  올해 당선예측 브랜드의 경우 KBS는 ‘디시전 K’, MBC는 ‘적중 2020’, SBS는 ‘유확당’인데, 사실 시청자들은 잘 모를 것으로 보이고(물론 당선될 후보를 빠르게 전해주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아무래도 선거방송의 백미는 출구조사일 것이다.  사실 ‘여론’조사 형태의 방송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도입되었다.  공직선거법 때문에 출구조사는 할 수 없었지만, MBC와 한국갤럽이 전화 여론조사를 토대로 예측 결과를 발표하여 당선자를 적중하게 되면서 관심이 뜨거워졌다.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출구조사가 도입되기에 이른다.


** 나름 변호사니까 부언하면, 공직선거법은 투표의 비밀보장을 위해 선거인이 투표한 후보자의 성명이나 정당명을 누구에게도, 어떠한 경우에도 진술할 의무가 없고, 투표 마감시각까지 이를 질문하거나 진술을 요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공직선거법 제167조 제2항 본문).  다만, 현행법 기준으로 텔레비전 방송국, 라디오 방송국 및 일간신문사가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하여 선거일에 투표소로부터 50미터 밖에서 투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질문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나, 투표마감시각까지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공직선거법 제167조 제2항 단서).  형사처벌 조항도 있다(3년 이하의 징역, 600만원 이하의 벌금, 공직선거법 제241조 제1항). **


이후 MBC와 한국갤럽이 1997년 다시금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결과를 적중시키면서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방송사들이 저마다 개표방송의 성공을 위해 출구조사에 비용을 쓰게 되면서 비효율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개별 지역구를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수가 적어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3사가 공동으로 전 선거구를 상대로 실시하는 이번에도 그랬다).  이는 제한된 예산을 사용해 예측을 해야 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는 전화조사와 일부 선거구 출구조사를 병행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상파 방송 3사는 2012년 총선부터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를 공동으로 하기로 합의하고 6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최초로 246개 전 선거구에서 출구조사를 하게 되었다.  참고로 올해 지상파 방송 3사가 출구조사에 들인 비용은 72억 원이다(그래도 틀렸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역사 이야기를 했는가 하면, 현재의 ‘그래픽’과 ‘화려함’ 경쟁 구도가 나타난 것이 바로 이 때부터이기 때문이다.  출구조사로 ‘우리 방송이 가장 정확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으니, 결국 경쟁은 선거방송의 볼거리가 많은가의 여부로 쏠리게 되었다.  바로 2012년 총선부터, SBS를 필두로 한 화려한 그래픽으로 선거방송이 다채로워졌고, 천편일률적이었던 개표 상황 보도에 볼 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소위 ‘약빤 영상’이라고 불리우는 그래픽을 통해 SBS는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물론 MBC의 노동조합 파업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선전한 것이지만(당시 뉴스도 그랬고, 외람되지만 2016년 정도까지의 뉴스도 그러했다), 선거방송을 비로소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진일보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KBS와 MBC는 물론 TV조선과 JTBC의 경우도 디자인 하나만큼은 신경쓰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고 있고,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 KBS ‘내 삶을 바꾸는 선택 - 2020 총선’ : 5개월간 치밀하게 준비한 기획 ‘정치합시다’

 

항상 KBS는 기본은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어떠한 측면에서건 극단은 보여주지 않으니까).  다만, 올해의 경우 KBS는 더욱 놀랄만한 선거방송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시작된 기획은 보수 유력 정치인인 홍준표와 진보의 정신적 지주인 유시민을 모아놓고 토크를 하는 ‘정치합시다’ 기획이었다.  선거방송기획단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면서, 포차에서 술 마시고 정치 토크를 하길래, 썰전 시즌 2인가 하면서 이런건 왜 만드나 흡사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그 자체 콘텐츠로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 정치합시다 유튜브 채널은 현재 13만명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KBS의 더 큰 그림이 숨어있었다.  정말 칼 갈았다는 느낌이 딱 맞다고나 할까.

 

KBS는 ‘지식다방’이라는 코너로 유시민, 박형준, 전원책은 물론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여론조사 전문가 정한울 등 패널을 구성하여 깊이 있는 정치 토크를 진행했다.  이들은 전국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합을 맞추고,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별 민심과 현안, 이슈를 추적했고 이를 그때그때 방송하되 하나로 모아내 선거방송 당일에 하나의 결정체로 묶어냈다.  또한, 정권심판-야당심판, 각종 이슈들에 대한 다양한 설문 및 분석을 5개월이라는 시계열로 녹아내어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이슈의 변화와 흐름과 대세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를 당일 출구조사 결과와 결합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들을 거리가 많았던 방송이었다는 의미다.

 

특히 유시민 이사장과 박형준 교수의 경우 각 노무현재단 이사장,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실질적으로 각 이슈별로 진짜 영향을 주었는지, 각 정당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었는지, 선거 운동에 대한 아쉬움이나 소회는 어떠했는지를 가장 진솔하게 전달해 주면서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진짜 정치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날 선거방송에서 나온 발언들의 경우, 다음 날까지 다른 언론에서 받아 쓸 정도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KBS 제작진 및 자체 출연진들의 경우에도 사실 그 이전의 저널리즘 토크쇼 J와 이후 정치합시다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고 보는데, 그때 만들어진 소위 ‘티키타카’가 유려하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그동안 선거방송에서 이러한 시계열적 데이터 분석과 깊이 있는 코멘트가 생각보다 많이 보여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단발성 기획으로 순간의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에 치중하거나, 반복되는 그래픽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KBS는 이번 선거방송 기획을 통해, 시계열적 데이터 분석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를 똑똑해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보도에 의하면, KBS 선거방송기획단 자체적으로 선거일 당일에 큰 점을 찍는 일회성 대형 이벤트 방송, 이를 ‘점(點) 선거방송’이라고 하고, 시계열로 묶어내어 변화를 추적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거방송을 ‘선(線) 선거방송’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출연자들의 친밀감, 여론조사 데이터, 화제성, 선거에 대한 예측을 쌓아서, 이를 ‘빌드업’한 뒤 선거방송을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똑똑하다.  더 이상 단편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로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보수 유튜버들의 등장, 김어준의 ‘개표공장’ 등 비 지상파 계열 선거방송의 선전 등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상파 선거방송이 선전하기 어렵다.  시청자들이 볼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KBS가 이번에 시도한 ‘데이터 축적’은 더 나은 방송을 위한 하나의 ‘빌드업’이었고, 이를 착실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데이터만 가지고는 어렵다.  방대하고 모호한 데이터 가운데에 인과 관계를 찾아야 하고, 인사이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치밀한 분석과 인사이트 있는 다방면의 출연진, 분석가들에 대한 투자, 그리고 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준비될 수 있도록 정서적, 이성적 시간이 필요하다.  KBS는 이 가운데에서 진짜 ‘기획’을 해 냈고, 이러한 방향이 또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 내었으면 한다.

 

■ MBC ‘선택 2020’ : 예전의 명성으로 한 걸음, 깊이는 다소 아쉬워

 

사실 제목을 ‘깊이는 다소 아쉬워’라고 적었지만, 올해 MBC 선거방송이 대단한 수준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기존 선거방송의 틀에서 하나의 ‘쇼’로서 완성된 느낌, 세련된 인상은 MBC가 1등이었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된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애니메이션, 에어돔을 통해 보는 지역구 판도, 각종 개표 그래픽 등은 최근 MBC가 보여주는 전사적인 세련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첨언하면, 예전에 TV의 영상 아이덴티티와 관련해서 MBC와 MBC 뉴스를 엄청 비판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최근에 대부분의 주장은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상당히 많이 ‘회복’되었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솔직히, 가장 젊은 방송다웠고, 눈이 즐거운 것은 여기였다.  볼 거리가 참 많았다.

 

 

덧붙여, 에어돔에서 나오는 음악은 흘스트의 ‘행성’ 교향곡 시리즈 중 ‘Jupiter’인데, 예전 1981년부터 1987년까지 MBC 뉴스데스크의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노래다.  보면서 오마주인가 문득 생각하게 되어 미디어 덕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확인 바란다.  

 

보도에 의하면, MBC의 경우 ‘시청자 퍼스트’를 컨셉으로 잡았다고 한다.  기존의 선거방송 ‘선택’ 시리즈를 분단위까지 분석하여 전략보고서를 작성했고, 그때 나온 결론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  쉽고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매우 잘 했고, 성과도 잘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Simple, Speedy, Smart를 하위 콘셉트로 잡아 제작을 했다고 하는데,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들을 거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MBC가 선거방송의 깊이를 위해 시도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심층출구조사’, 다른 하나는 ‘패널 토크’다.  

 

원래 출구조사에서 투표 요인 등 여러 가지 심층출구조사를 함께 실시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는지 이러한 심층출구조사를 하지 않았다.  MBC는 코리아리서치와 별도로 심층출구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투표를 할 때 영향을 미친 요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대응 등을 확인했다.  못 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선거방송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이는 이번에 KBS 선거방송이 5개월 간 다면심층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것에 비해 다소 대비되는 부분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생각한다.

 

이번 MBC 선거방송의 슬로건은 ‘새로운 10년을 위한 선택’이다.  보도에 의하면, MBC 선거방송기획단에서는 2020년대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패러다임 재편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치의 역할이 매우 크기에 이 슬로건을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운 10년을 위한 선택’ 치고는 그 내용이 다소 부실한 것 같다.  투표를 한 사람에게 왜 투표했는지 정도 묻는 수준으로 새로운 10년을 위한 선택의 저변을 확인할 수 있을까.  

 

패널 토크 역시 다소 아쉬웠다.  물론 이어서 언급할 SBS보다는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신경민 의원, 전원책 변호사의 구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이들이 이야기하게 해 줄 수 있는 백업 데이터가 너무 부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결과만 가지고 이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은 종편 채널에서 오후에 하는 떼 토크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는데, 패널의 격이 올라갔다고 하여 그 질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번 선거방송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가 박형준 선대위원장 대타로 정치합시다에 며칠간 출연하면서 나온 이야기들 중에는 그 깊이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보수-진보의 티키타카를 이끌어 내는 담론 정도는 잘 던졌던 것으로 생각 된다.  같은 인물이 그 역할에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결국, 이야기의 소재, 이야기의 재료가 부족했을 탓인데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더 치밀하게 되었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앞서 언급한 패널간의 ‘합’ 문제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5개월간 같은 이슈를 함께 추적하면서 서로 공유하는 지식이나 데이터를 놓고 ‘과거에 이런 말을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그때 이곳에서 여론을 들었더니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와 같이 토론하는 것, 더 나아가 심리, 정서적으로도 합을 맞춰 놓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토크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것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10년을 논하는 ‘점(點)’형 선거방송이었으니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아쉬움이 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MBC ‘선택’ 시리즈는 여론조사, 출구조사, 증강현실 기법, 개표 그래픽의 도입 등 전통적으로 선거방송을 이끌어가는 오랜 전통의 프로그램이다.  승승장구해오던 것이, 그간의 침체기에 빛을 잃었다가 이후 어느 정도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SBS ‘국민의 선택 2020’ : 정보 전달에 집중, 매너리즘은 아쉬워


준비는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마케팅 부분에서 두드러지는데, 선거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 전시회, 비디오머그나 스브스뉴스를 활용한 각종 콘텐츠 등이 그런 것이다.  선거방송 스팟도 재밌게 짰다.  그 외에 개표화면[SBS에서는 바이폰(VIPON)이라고 부르고 있다]을 여러 개 준비했고, 이슈가 되었던 소위 ‘전설의 뮤지션’의 경우, 재미도 있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데 충분했다.


이번에도 SBS는 외부인사 출연 대신 내부 앵커들이 출연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 예측시스템인 ‘유확당’을 통해 개표 정보를 빠르게 알리고, 이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전략 하에 대담, 분석보다는 실시간 개표 상황에 집중하고 이를 전달하는 그래픽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으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없이 이것 저것 벌여놓는 것 보다, 채널의 아이덴티티에 맞추어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자세다.  실제로 SBS는 이를 통해 다른 방송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포인트를 얻어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다만, 이제는 조금 매너리즘에 빠져있지 않나 싶다.  개표영상도 SBS답게 여러 가지를 준비했지만, 이미 예전해 했던 것들이라 그다지 새롭지 않다.  이제는 MBC도 이런 것으로는 손색이 없다.  솔직히 노고는 이해한다.  이런 영상 만드는 것들이 참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고, 매번 신선한 영상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SBS 답지 않게 좀 그랬다.  국민의 선택 ‘2020’을 ‘2016’이나 ‘2012’로 바꾸어도 별로 이상할 것 같지가 않다.  카운트다운 영상은 심지어 예전 내용과 플롯이 거의 같다.  시청자들도 이제 알만큼은 다 안다.  분석에 집중하지 않고,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기 위해서는 전달이 빨라야 하고 또 세련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MBC 선거방송기획단에서도 최근 인식한 것으로 보이고, 이 부분에 엄청난 투자를 하여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 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SBS 선거방송을 보고 있으면, 몇 차례 반복되는 바이폰 영상 외에 달리 채널을 고정시켜 들을 만한 이야기가 없다.  처음 몇 분 동안은 SBS를 보다가도, 결국 MBC를 지나 KBS로 채널이 넘어가게 된다.  화려한 바이폰 영상은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기는 하나, 이러한 방식의 개선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번까지는 통하지만, 다음 기획에서는 재점검을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된다면, SBS답게 지금보다 더 획기적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그래픽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종편 :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방송, 차갑거나 덥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해야


지상파 3사 외에 솔직히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채널의 선거방송은 굳이 코멘트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여서(사실 오래 시청도 하지 않았다), 길게 할 말은 없다.  


어차피 선거방송에 쓸 수 있는 인프라나 자금 등이 부족한 것을 알고, 그만한 기획을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앞서 지상파 3사에 대한 선거방송 검토에서 크게 중요한 역량 2가지는 바로 ‘전달’과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달을 하려면, MBC나 SBS처럼 세련되고 가독성있으며, 명확하고 전달력있는 방안을 고민하던가, 아니면 KBS처럼 시계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서 ‘분석’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는’ 선거방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볼 거리나 들을 거리가 없어서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긴 뉴스인데, 그마저도 어차피 반복되는 당선 낙선 데이터만을 전해줄 것이면 그냥 방송 하단에 자막으로 개표상황이나 전해주면 된다.


이러한 역량이 되지 않으면, 어차피 시청자들은 보지 않는다.  물론 TV조선이나 JTBC의 경우 시청률이 그다지 낮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 낮지 않다는 수준이라는 것이 최고 부별 시청률 기준으로 TV조선 1.672%, JTBC 1.162%다.  단순히 시청률로만 이야기할 수 없고, 시청률이 다라고도 할 수 없지만, 그 질로 따져봐도 굳이 볼 이유는 없었다.  앞서 말한 ‘전달’과 ‘분석’의 차원인데, 전달에 관한 역량은 당연히 떨어졌고(이는 선거방송에 투여하는 자본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분석 부분도 기존 종편 채널에서 오후에 하는 떼 토크 수준을 그다지 벗어나지 못 했다(패널도 그때 그 사람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설사 패널들이 특별하다고 할지라도, 그 분석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그다지 새로운 인사이트가 나올리는 없다.


지상파 출구조사를 받아 적는다고 하면, 자체 여론조사를 한 JTBC의 경우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종편 3사의 경우 지상파 3사 자료를 그대로 받아 사용하면서(사실 JTBC도 보도 시 지상파 출구조사를 인용하여 전달했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같은 그래픽을 사용하고, 그저 몇 명의 패널만 더 앉혀놓고 방송할 것이라면 그냥 기존 방송을 정규 편성하는 것이 전략상 나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다.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이다.  선거날에도 시청자들 가운데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분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각 방송사에서 잘 하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도 시청자들을 위해서는 더 좋을 수 있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중계는 정규 뉴스시간을 통해 해도 충분하다.


종편 4사 모두, 볼 거리도 지상파 3사에 비해 없고, 들을 거리도 그다지 없다.  첨언하면, 볼 거리는 아직 방송 역량 상 MBC나 SBS와 같이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들을 거리는 충분히 만들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KBS의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미리 인사이트를 뽑아내서, 이를 효과적이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은 충분히 연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고, 최근 다른 콘텐츠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종편 4사가 다음 선거방송때 조금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안하느니 차라리 (방송 시간이나 방송 시기는 다르지만) 미스터트롯이나 부부의 세계를 틀어주는 게 시청자들 입장에선 낫다는 것이다.  

 

■ 결어


결국 방송은 볼 거리, 들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프레임에 따르면, 볼 거리는 ‘전달’이고 들을 거리는 ‘분석’일 것이다.  선거방송을 함에 있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KBS의 경우 공영방송 답게 들을 거리에 초점을 맞추어 차근히 준비했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SBS의 경우 볼 거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그런대로 성과를 내오고 있다.   MBC는 두 마리 토끼를 절 반씩 잡는 스탠스로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각 방송사들 별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있었다.  아무쪼록 2022년에는 더 나은 선거방송으로 민주주의의 축제 날 볼 거리 들을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