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진짜 가치에 대한 믿음 만들기

SGSN 2022. 8. 22. 20:12

성소라, 롤프 회퍼, 스콧 맥러플린 - NFT 레볼루션

 

NFT를 네트워크 상에서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저작물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러한 이해가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에서는 '스마트 계약'이라고 표현했는데, 적확한 표현이다. NFT는 전자적 형태의 저작물 그 자체라기 보다는 그 저작물에 대한 거래 내역을 기술적인 방식으로 위조나 변경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증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NFT가 가져오는 경제적 가치의 본질적 요소는 위와 같은 저작물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NFT에 포함된 거래 내역에 신뢰성을 부여한다. 아무리 값비싼 보석이라도 보증서 없이 거래될 수 없듯, 크고 아름다운 부동산이라도 등기이전 없이 거래될 수 없듯, 전자적 형태에 보증서, 등기부를 부여하는 역할이 NFT인 셈이다. NFT를 구매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내가 해당 전자적 형태의 저작물을 구매했다고 하는 거래 기록을 만들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과 같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전자적 형태의 저작물에도 거래 내역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됨에 따라, 전자적 형태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에게 숨 쉴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다는 점에 공감한다. 보증서든 등기이든, 결국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자가 그 기록을 보전, 관리함으로써 권위가 부여된다. 지금까지의 사회는 국가나 특정 전문가집단이 이를 담당해 왔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견지한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 이를 자동적으로 보전, 관리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언급하는 것처럼, 탈중앙화를 가속화하게 만들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과연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들까지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중립적이지 않다. 통화를 국가가 설립한 중앙은행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 부동산의 소유권 및 그 이전에 대한 기록을 국가가 수행하도록 하는 것에는 누구나에게 맡겨서는 믿음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제도나 시스템이 도입되어 갈 때의 수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하듯 결국에는 기술이 믿음을 부여하는 상황을 시장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기는 할 것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NFT를 믿고 전자적 형태의 저작물 거래에 참여한 자들 중 일부는 뼈 아픈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NFT 세계에 참여한 자들에 대하여, 누가 더 큰 믿음을 줄 수 있는지가 종국적으로 이 시장을 주도하는 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고 그러한 믿음을 준 자들이 결국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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